thought 16: 안녕하시오

오늘의 노래는 A.G. Cook! 가볍게 들으면서 읽어주세요.

2024. 11. 29. 금요일.

글을 남기는 게 조금 두렵다고 하면서 주절거리던 내 포스트를 최근에 다시 읽어봤다. 거의 모든 부분 내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 다만 내가 지금 느끼는 건 내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방법은 없다는 것?ㅜㅋㅋ

내 생각과 내 글의 괴리감을 조금은 받아들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덜 두려워지고 글이 좀 더 술술 쓰이는 건 아닌 것 같다. 뭐 그게 또 재미이기도 하고 과정이기도 하고 그런 거니까. 뭐 내가 작가할 것도 아니고ㅋㅋㅋ.

사실 정말 쓰고 싶었던 주제가 많았다. 하지만 이러다간 정말 올해가 가기 전까지 아무것도 적어나가지 못할 것 같으므로 지금 나는 조금 가벼운 생각으로 타자를 쳐보기로 한다.

오늘은 추수감사절이었다. 새벽 6시에 잠들었는데 오후가 돼서야 가현이 연락을 받았다. 애들이 열심히 요리하고 있었는데 너무 귀여웠음. 작년 추수감사절 기념으로 미국에서 가족들이랑 시간 보냈던 게 벌써 1년 전이라는 실감이 확! 나서 조금 몽글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어제 새벽에 내 타오바오 주문 건으로 오랜만에 린이랑 대화를 했다. 요즘 린이 친구들과 새로 시작한 프로젝트에 대해서 짧게 들었는데 너무 흥미로웠다. 서로의 언어장벽 때문에 완벽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프로젝트 중심은 ‘animism’이었다. 린이 영어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얘기해준 것들은 두루뭉실하게 뉘앙스처럼 다가왔는데 내가 지켜봐 왔던 린의 관심사를 다 합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어려웠지만 많이 기뻤다. 점점 온전해지는 결과물이 있다는 건 정말 축복해 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부끄럽지만 완벽히 축복하는 마음으로 멋대로인 해석의 글을 남긴다.

린이 영감 받았다고 보내준 아티클 스크린샷 中

그리고 오늘 지은 언니랑 커피 한잔하면서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언니가 여행 다니면서 찍었던 사진으로 만든 엽서였다. 너무너무 좋았다.

어제 언니랑 jamie xx 콘서트를 다녀왔다. 음악이 좋은 건 너무 당연했지만,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조명이 크게 다가왔다. 무대 장식 없이 조명만으로 분위기를 압도하는 공연을 보면서 감동했다. 공간의 요소 중 내가 가장 흥미롭다고 느끼는 건 빛이기 때문에 가구는 보는 게 재미있지만, 조명은 그것에 대해 고민하는 게 재미있다. 다른 요소도 그만의 복잡함과 아름다움이 있겠지만 조명과 빛이 정말 흥미로운 이유는 정말 파헤칠 게 많기 때문이다. 빛의 명도, 채도, 각도와 길이, 자연광/led, 빛을 감싸는 소재, 등등. 내가 정말 좋아하는 주제다.

최근 나의 최대 관심사라고 할 수 있는 the light observer이라는 잡지는 빛을 다룬다. 사진, 그림, 건축, 예술, 영상, 과학 등등 여러 분야에서 인터뷰와 리서치를 진행한다. 모두 너무 다른 매체와 매개가 섞여 있지만 빛이라는 요소가 중심에 서 있다. 모든 작품이나 리서치물이 빛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는 것들이 아니기 때문에 the light observer의 역할은 그 안에서 아티스트와 과학자들에게 빛에 관해 묻고 빛에 대한 대화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일이다. 진짜 너무 좋다 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뛴다. 내게 필요하다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못했지만 내가 갈망하고 있던 걸 우주가 아무런 대가 없이 쥐어준 이 기분은 정말 글로,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정말 정신 똑디 차려야한다. 언제 우주가 내게 나에게 필요한 걸 건넬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게 시기적절하게 다가온다고 느껴지는 시기에는 난 정말 스펀지가 되어야 한다 ㅋㅋ. 페소아를 좋아하는 나에게 카뮈를 추천해 준 지은 언니의 최애는 결혼여름이었다. 최근까지 소설을 기피했던 나는 연우가 항상 얘기하던 시지프스 신화가 카뮈의 책인 걸 모르고 있었다. 그런 사소한 것들이 나에게 크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이건 내가 항상 석란이랑 하는 대화다.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선 우린 평소 변태 같은 의미 부여를 한다. 재밌으니까………

아무튼 고맙다 얘들아 진짜 사랑한다..

평소 사랑한다는 말을 정말 많이 한다. 하지만 절대 가볍지 않으리라. 나에게 사랑은 거듭될수록 형태가 생기고 무게가 실리는 것이다.

Next
Next

thought 15